'17년 만 최약세' 1,554.9원…수출은 사상 첫 1,000억 달러라는데


수출이 잘되면 달러가 들어와 환율이 내리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입니다. 6월 수출은 역대 최대인데 원화 값은 17년 만에 가장 쌉니다. 두 숫자가 같은 날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종가 1,554.9원, 전 거래일보다 5.5원 올라

7월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554.9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전 거래일 종가 1,549.4원보다 5.5원 오른 값입니다.
이 종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약 17년 만입니다. 장중에는 한때 1,559.2원까지 올라 1,560원선을 위협했습니다. 이 수치는 주간거래 종가 기준이어서, 야간·역외 거래에서 더 움직일 수 있습니다.
6월 수출 1,022억 달러, 월 기준 사상 처음 1,000억 돌파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6월 수출은 1,022억5,000만 달러였습니다. 전년 같은 달보다 70.9% 늘었습니다. 월간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넘은 건 사상 처음입니다. 상반기 누적 수출도 4,967억 달러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끌어올린 건 반도체입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9.5% 급증하며 월 400억 달러를 처음 넘었습니다. 다만 이 증가율에는 지난해 6월 실적이 낮았던 기저효과와 가격 상승분이 함께 반영돼 있어, 숫자 그대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외국인 9거래일 연속 순매도…엔화 약세도 겹쳐

수출로 달러가 들어와도 원화가 약한 건, 나가는 돈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습니다. 주식을 판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면 원화는 눌립니다. 대규모 무역흑자를 자본 유출이 상쇄하는 셈입니다.
엔화 약세도 원화를 자극했습니다. 달러·엔 환율은 162.837엔까지 올라 1986년 12월 이후 최고를 찍었습니다. 이웃 통화가 약해지면 원화도 함께 밀리는 흐름입니다. 이 달러·엔 환율 수치는 단일 보도로 확인된 값이어서, 원자료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1,560원 넘으면 저항선 없다…"1,600원까지 열어둬야"

시장의 눈은 1,560원선에 쏠립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전고점인 1,560원을 넘어서면 마땅한 저항선이 없어 1,6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특정 애널리스트의 시나리오일 뿐, 확정된 전망은 아닙니다.
수출 호조가 환율을 끌어내리지 못하는 이례적 국면입니다. 벌어들이는 달러는 사상 최대인데, 빠져나가는 자금이 그보다 세다는 게 지금 시장이 읽는 그림입니다.
관건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언제 멈추느냐입니다. 9거래일째 이어진 매도 행렬이 진정되지 않으면, 사상 최대 수출도 원화를 떠받치기 어렵습니다. 시장은 1,560원 돌파 여부와 엔화 흐름을 함께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Glsn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